시코쿠는 일본의 4대 섬 중 가장 소박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간직한 곳으로, 본섬을 둘러싼 작은 섬들까지도 여유롭고 정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도심의 빠른 흐름에서 벗어나 자연, 예술, 사람의 숨결이 살아있는 섬을 찾고 있다면, 시코쿠 인근의 조용한 섬들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나오시마, 시시지 마, 우치우미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조용한 명소들입니다.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예술을 통해 자극을 받고, 전통 마을에서 온기를 느끼는 섬 여행을 떠나볼까요?
나오시마: 예술과 일상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섬
나오시마(直島)는 가가와현에 속한 작은 섬이지만,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자연경관과 현대미술이 절묘하게 융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특별함을 더합니다. 대중교통으로도 비교적 쉽게 접근 가능해 예술 애호가뿐 아니라 힐링을 원하는 일반 여행객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섬입니다.
섬의 남부에 위치한 베네세 하우스(Benesse House)는 숙소와 미술관이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미니멀한 건축이 인상적입니다. 내부에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자연 채광을 적극 활용한 구조 덕분에 낮과 밤, 날씨에 따라 전시 분위기가 변화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아침 햇살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다른 어떤 미술관에서도 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 됩니다.
또한 지추 미술관(地中美術館)은 지하에 묻혀 있는 독특한 미술관으로,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모네의 작품이 자연광만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 간주되며, 예술과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외에도 섬 곳곳에는 야외 설치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으며, 대표적으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형물은 나오시마의 아이콘이자 포토 스폿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나오시마의 진짜 매력은, 예술 외에도 사람과 삶의 온기가 살아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머무르며 만든 작은 공방, 마을 주민과 함께 운영하는 카페, 전통 가옥을 개조한 숙소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정겨움은 이 섬을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단지 작품을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예술 속에서 사는 경험을 제공하는 섬, 그것이 바로 나오시마입니다.
시시지 마: 살아 있는 자연과 사색의 공간
시시지 마(志々島)는 가가와현 미토요시에 속한 아주 작은 섬으로, 하루 몇 편의 페리만이 연결될 정도로 고요하고 외진 곳입니다. 이 섬은 인구가 불과 수십 명뿐이고 상점도 거의 없어, 상업화된 관광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만큼 ‘진짜 섬생활’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자연과 함께 천천히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시지마의 핵심 명소는 1,200년 된 거대한 녹나무(カシ の木)입니다. 이 나무는 섬 중앙의 산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으며,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역사적·생태학 가치가 높습니다. 수령 1,200년, 둘레 12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나무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그 그늘 아래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가 밀려옵니다.
시시지마의 또 다른 매력은 절제된 조경과 자연 그대로의 환경입니다. 콘크리트 대신 흙길이 남아 있고, 고양이들이 한가로이 길을 걷고, 낮이면 매미 소리, 밤이면 파도 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일상에 찌든 심신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자전거나 도보로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1~2시간이면 충분하며,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와 산, 들판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져 눈과 마음을 모두 씻어 줍니다.
작은 민박에서는 제철 식재료로 만든 향토 요리를 제공하며, 여행자와 주인이 나누는 소박한 대화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따뜻합니다. 디지털 기기나 SNS로 가득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 그리고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이 섬의 진짜 가치입니다.
우치우미: 전통과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섬
우치우미(内海)는 도쿠시마현과 가가와현 사이, 세토내해에 자리한 작은 섬 마을입니다. 이름 그대로 ‘내 바다’에 감싸인 듯한 지형을 갖고 있어 바람도 잔잔하고 물결도 고요한 이곳은, 관광지보다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마을’에 더 가깝습니다. 화려하거나 현대적인 볼거리는 없지만, 대신 진짜 일본의 일상과 사람 냄새나는 풍경이 이곳에는 살아 있습니다.
우치우미에서는 어촌 마을의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마다 어부들이 바다에서 돌아오고, 골목 어귀에서는 말린 생선이 널려 있으며,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해조류 건조장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신사와 불당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매 계절마다 마을 잔치나 행사도 열리며 지역 공동체의 결속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곳의 매력은 무엇보다 사람과의 거리감이 가깝다는 점입니다.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나 편의점은 없지만, 동네 주민 누구나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고, 작은 민박에서는 직접 밥을 지어 함께 식사하는 등 인간적인 교류가 가능합니다. 특히 몇몇 민박에서는 ‘섬살이 체험’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실제 섬 주민의 하루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낚시, 갯벌 체험, 전통 음식 만들기 등이 준비되어 있어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교육적·정서적 여행이 됩니다.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진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줄 것입니다.
결론
시코쿠 주변의 조용한 섬들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나오시마에서는 예술과 삶이 공존하는 감각을, 시시지마에서는 자연의 순수함과 사색의 여유를, 우치우미에서는 전통과 사람 간의 따뜻한 연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일상과 디지털 정보 속에서 지친 마음에 이들 섬은 휴식과 회복의 공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지금, 당신만의 속도로 걷고, 쉬고,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섬 여행을 계획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