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본섬 혼슈는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유명 대도시들이 모여 있는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심 도시들 근처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매력적인 섬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자연과 역사, 고즈넉한 어촌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즈 제도, ‘동양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오가사와라 제도, 일본의 중세 정취가 깃든 히메지 근처 섬들까지. 혼슈 주변의 숨겨진 섬들은 아직 상업화되지 않은 여행지로서, 조용하고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지역을 중심으로 각 섬의 특성과 여행 포인트를 상세히 소개합니다.
이즈 제도: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천혜의 자연
도쿄에서 약 100km 남쪽에 위치한 이즈 제도는 무려 9개의 주요 섬과 수많은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독특한 지형과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합니다. 이 지역은 기후도 온난하고 연중 맑은 날이 많아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휴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시키네지마와 니지마, 하치조지마 등은 각각 특색 있는 자연과 문화 체험을 제공해 단기 여행자들에게도 적합합니다.
시키네지마는 천연 노천온천으로 유명합니다. 바닷가 절벽 위에 위치한 온천에서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어, 자연과 완전히 하나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섬은 전체 인구가 500명도 되지 않아, 섬 전체가 하나의 힐링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섬을 한 바퀴 자전거로 돌며, 바람을 맞으며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많습니다.
니지마는 활기찬 바닷가 문화로 유명한 섬입니다. 하얀 백사장과 청록색 바다는 마치 동남아 해변을 연상케 하며, 특히 서핑으로 명성이 높아 매년 일본 전역에서 서퍼들이 몰려듭니다. 예술의 섬으로도 알려진 니지마는 거리 곳곳에서 석조 조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섬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예 체험도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또한, 도쿄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거리인 하치조지마는 활화산 지형으로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합니다. 이곳에는 해변뿐 아니라 산악 지형이 발달해 있어 트레킹, 산책로, 온천욕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야생화가 피는 봄철에는 섬 전체가 화려한 자연정원으로 변모합니다.
이즈 제도는 자연, 문화, 휴양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혼슈와 멀지 않으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로 떠나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오가사와라 제도: 일본 속의 또 다른 세계
오가사와라 제도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남태평양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배편 외에는 접근 방법이 없어 ‘시간을 들여야만 도달할 수 있는 천국’으로 불립니다. 배편은 도쿄 다케시바 항에서 6일에 한 번 출항하며, 편도 24시간이 소요되지만, 한 번 이곳을 방문하면 누구나 다시 찾고 싶어질 만큼 압도적인 자연을 경험하게 됩니다.
치치지 마(父島)와 하하지마(母島)는 이 제도의 중심 섬들로, 손상되지 않은 생태계와 맑은 바다가 특징입니다. 이 지역은 고래 관찰의 성지로 알려져 있으며, 12월부터 4월까지는 혹등고래, 여름에는 정어리떼를 따라다니는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투명도 높은 바다는 다이버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며, 산호초, 열대어, 거북이들이 공존하는 바닷속 풍경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오가사와라 제도의 생물들은 일본 본토와 단절된 독립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어 ‘동양의 갈라파고스’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육지에는 오가사와라 메구로, 오가사와라 박쥐 등 희귀한 고유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자연보호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도 오가사와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9세기 중반 미국, 하와이계 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생긴 혼합문화는 지금도 주민들의 외모, 음식, 언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 본토에서는 보기 드문 이름과 영어식 억양이 남아 있는 독특한 공동체는 이 섬만의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오가사와라 제도는 그저 ‘관광지’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생태 체험장이며, 동시에 문화적 유산입니다. 이곳을 다녀온 여행자들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몸소 느끼게 됩니다.
히메지 인근 섬들: 고즈넉한 역사와 자연을 담은 공간
효고현 히메지는 일본의 중세를 상징하는 히메지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 유산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바다로 눈을 돌리면, 조용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품은 섬들이 펼쳐집니다. 세토내해의 잔잔한 물결 위에 떠 있는 이 작은 섬들은 도시와는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섬인 이보지마(家島)는 히메지항에서 페리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여유로운 하루 여행 코스로 적합합니다. 이 보지 마는 수백 년간 어업이 주 산업이었던 만큼, 섬 곳곳에 고깃배, 조개껍데기, 석불 등이 배치되어 있어 전통적인 일본 어촌의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섬에는 ‘어부의 신’을 모신 신사가 있어 매년 지역 축제가 열리며, 현지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됩니다.
또한 이 지역은 해산물 미식 여행지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신선한 생선회, 조개 요리, 지역 특산 해조류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으며, 민박집이나 작은 선술집에서 따뜻한 인심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섬 주변에서는 낚시 체험도 가능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오시마, 시도 등 다른 주변 섬들도 각각 특색 있는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질 무렵 세토내해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은 이 지역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로,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 장면을 담기 위해 섬을 찾습니다. 붉게 물든 수평선, 바다에 비친 배의 실루엣, 그리고 조용히 저무는 하루는 여행자에게 오래 남는 감동을 전해줍니다.
히메지 주변 섬들은 도시 근교에서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공간입니다. 정적인 매력과 함께 일본의 ‘원형’에 가까운 풍경이 살아 있는 곳이죠.
결론
혼슈는 단지 일본의 정치, 경제 중심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주변에 자리한 수많은 섬들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진짜 아름다움을 담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즈 제도에서부터 머나먼 오가사와라 제도, 그리고 고요한 역사와 전통이 흐르는 히메지 근처 섬들까지. 자연, 문화, 역사, 체험을 아우르는 섬 여행은 이제 일본을 여행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음 여행지는 도심이 아닌, 조용한 바다 위의 섬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쉼과 발견이 시작될 장소는, 그 섬일지도 모릅니다.